경기 불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바뀐다. 5000원짜리 화장품을 집어 들던 10~20대의
소비 패턴이 어느새 40~50대까지 퍼졌고, 다이소가 촉발한 초저가 뷰티 전쟁에 편의점, 대형마트,
패션 플랫폼까지 뛰어들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다이소 뷰티 매출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2022년 전년 대비 약 50%, 2023년 85%, 2024년 144%, 2025년 70%
이상으로 4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이어왔다. 올해 1~5월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2024년 말 60여 개 브랜드, 500여 종이었던 뷰티 상품은 2026년 4월 기준 170여 개 브랜드,
1,900여 종으로 확대됐다.
소비층 변화가 더 주목할 만하다. 다이소 멤버십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연령대별 화장품 매출 비중은
40대가 27~29%로 가장 높고 30대 24~25%, 20대 21~22% 순이었다. 초저가 뷰티가 10~20대
전유물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진 30~40대의 일상 소비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소포장·균일가·재고 회전율 — 다이소식 초저가의 비밀
다이소가 500원·1000원·1500원·2000원·3000원·5000원 여섯 가지 균일가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소포장·소용량 전략이다. 다이소는 공급가를 기준으로 판매가를 정하는 일반적인 유통 방식이 아니라
균일가에 맞춰 제품을 역설계하는 방식을 택한다. 협업사들은 5,000원 이하 균일가에 맞는 소포장 전용
제품을 별도로 개발해 납품한다.
둘째는
재고 회전율 극대화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이소는 한 번 들여온 재고를 싹 다 판 뒤,
동일 제품을 다시 주문했을 때 재고가 남을 위험을 차단하는 전략"이라며 "저렴하게 판매해도 재고를
남기지 않도록 재고 회전율을 극대화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왜 유명 브랜드들이 다이소에 들어가나
정샘물, VT코스메틱,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대형 화장품 기업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출시하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용기·부자재·충진 비용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수익성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협업하는 이유는 고객층 확장이다.
양석준 교수는 "브랜드 이미지는 가격보다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며 "다이소가 초저가
채널이긴 하지만 이용 고객층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저소득층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배우 엄지원이 유튜브에서 직접 다이소 협업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도 이런 이미지 변화를 보여준다.
편의점·마트·무신사까지 — 유통 전쟁의 확전
다이소의 성공이 확인되자 유통업계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CU는 뷰티 특화점을 전국 약 600곳으로
확대했고 올해 1~5월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31.1% 늘었다. GS25는 3,000원 균일가
화장품과 소용량 제품을 강화했고, 세븐일레븐은 차세대 가맹 모델을 중심으로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였다.
대형마트도 가세했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협업한 4,950원 균일가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고,
롯데마트는 전국 80개 점포에서 4,950원 화장품 40여 종을 판매하는 가성비 뷰티존을 운영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를 앞세워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첫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이소에서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은 화장품을 구매한 소비자
사이에서 굳이 비싼 화장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일종의 학습 효과가 나타나
관련 제품 판매가 늘자 가성비 전략을 따라가는 유통 채널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 Q&A
Q. 5000원짜리 화장품이 비싼 화장품만큼 성능이 좋은 건가요?
A. 더라이프 생각 : 모든 제품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형
화장품 기업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출시하면서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많이 줄었습니다.
핵심 성분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고 포장을 간소화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비싼 화장품 본품이 부담스럽다면 다이소에서 같은 브랜드의 소용량 제품으로 먼저 체험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Q. 브랜드 입장에서 다이소에 납품하면 이익이 남나요?
A. 더라이프 생각 : 단기 수익성만 보면 높지 않습니다. 내용물보다 용기와 부자재, 충진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브랜드들이 다이소 협업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신규 고객 유입 효과에 있습니다. 5,000원짜리로 브랜드를 처음 접한 소비자가 이후 정가 제품으로
이어지는 퍼널 역할을 한다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장기적 고객층 확대가 단기 마진보다 중요한 셈입니다.
Q. 초저가 뷰티 경쟁이 화장품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요?
A. 더라이프 생각 :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간 가격대 브랜드입니다. 초저가와
럭셔리 사이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는 중가 브랜드는 소비자가 굳이 비싸게 살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됩니다. 전문가들이 카니발라이제이션, 즉 자기잠식 효과를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와 경험 가치를 강화하지 않으면 초저가의 파고를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다이소가 촉발한 초저가 뷰티는 더 이상 가성비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 기준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유통 채널이 바뀌고, 소비층이 바뀌고, 브랜드 전략이 바뀌고 있다. 화장품을 파는 방식의
판이 통째로 뒤집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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