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이 새 역사를 썼다. 6월 18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반도체 대형주가 질주하고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오랜 목표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제 시선은 1만 포인트를 향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무지성 투자는 삼가하길 바람니다.


│ 8개월 만에 4천 포인트 넘게 올랐다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100선을 일시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8,000선을 넘어선 지 22거래일, 16거래일 만의 추가 돌파다.

올해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코스피는 올 초 4,309.63에서 출발해 1월 27일 5,000, 2월 25일 6,000, 5월 6일 7,000, 5월 15일 8,000을 잇달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27일 4,000선 돌파 이후 약 8개월 만에 앞자리를 여섯 차례나 갈아치웠다. 올해에만 4,000포인트 이상 급등한 셈이다.

│ 9,000 돌파를 이끈 세 가지 동력

첫째는 반도체 대형주의 초강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6% 넘게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260만 원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삼성전자도 동반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둘째는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순매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6,378억 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대거 받아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976억 원, 1,825억 원을 순매도한 상황에서 개인이 지수를 떠받친 구조였다.

셋째는 종전 합의 기대감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흐름이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 쏠림 장세 속 코스닥은 1,000선 이탈

코스피의 역사적 기록 뒤에는 명암이 갈렸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1.03포인트(3.01%) 하락한 1,000.93으로 마감해 1,000선 붕괴 직전까지 밀렸다. 개인이 3,928억 원을 순매수했음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이기지 못했다.

KB증권 임정은 연구원은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상승 종목 수는 110개 미만으로 주도주 쏠림 장세를 보였다"며 "역사적으로 주도주 쏠림 강화는 랠리 지속 신호였던 반면 종목 확산은 랠리 후반부 신호였던 만큼, 현재 AI 및 반도체 중심의 쏠림 장세의 지속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1만 피는 언제 오나

증권가 시선은 이미 1만 포인트를 향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투자 확대 기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현재 흐름에서 연내 달성 가능성을 열어두는 시각이 늘고 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리서치본부장은 "종전으로 인해 유가가 더 떨어지면 시장의 기대가 바뀔 수 있다"며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뒀다.

다만 지수 화려한 기록과 개인투자자 체감 사이의 괴리는 짚어야 할 지점이다. 반도체 초대형주에 쏠린 수급 속에서 중소형 종목 대부분은 소외됐다. 저평가된 슈퍼사이클인지, 과열된 양극화 장세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 Q&A — 자주 묻는 질문

Q. 코스피 9,000 달성이 일반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필자의 경험으로는 지수 자체의 역사적 달성이라는 상징성 외에, 국내 주식형 펀드나 ETF에 장기 투자해온 투자자라면 자산 가치 상승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지수 상승이 일부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중소형 종목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체감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Q. 이 시점에 추격 매수를 해도 괜찮을까요?

A. 필자가 듣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지속되는 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시각과, 쏠림 장세가 강화된 상황에서 추격 매수는 리스크가 크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투자 성향과 보유 기간, 포트폴리오 구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야 한다.

Q. 코스닥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쏠리면서 코스닥에서 이탈하는 수급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주 중심의 쏠림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이 소외되는 구조로, 두 시장의 동반 상승보다는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코스피 9,000은 한국 자본시장의 새 이정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이 흐름이 1만 피라는 다음 목표까지 이어질지, 앞으로의 수급과 실적 발표가 그 답을 줄 것이다.